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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묘비/클럽창작과비평

[세계체제와 아프리카, 이매뉴얼 월러스틴]자본주의와 아프리카

자본주의와 아프리카

 

 어린 시절 나에게 아프리카는 초콜릿의 원산지였다. 친구끼리 놀릴 때 비유하는 ‘아프리카 띠까띠까 씨껌둥이’의 나라였다(어릴 때는 아프리카를 나라라고 인식했다). 스핑크스가 퀴즈를 내고 미라가 관에서 나오는 판타지의 세계였다. 조금 자랐을 때는 카카오의 원산지가 되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을 보태 어린 아이들이 축구공을 만들면서 돈도 제대로 못 받는 나라라는 것도 알았다. 2010년에 이르러서는 남아공 월드컵을 개최하는 대륙으로 인식했다. 아프리카에도 잘사는 나라가 있구나, 신기해 했다. 국가의 경제를 따져보기 시작할 즈음에는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보았다.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았으니 개발이 되면 우리나라처럼 성장하겠구나, 주식을 사 두어야 하나?’

 

 지금도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은 그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돌이켜보면, 지구촌이라는 말은 범지구적이지 못했다. 그 단어는 개발된 일부 국가만을 포함하고 있었다. 나라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 대륙은 지구촌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 있었다. 나에게는 그랫다.

 

 그런 점에서 책 『세계체제와 아프리카』는 흥미로웠다. 책은 1부에서 자본주의 세계체제와 아프리카를 다루고 2부에서 정체성 정치를 둔 아프리카의 딜레마를 살펴본다. 3부에서는 사상가들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보고 연구하는지 조명한다. 아프리카를 다른 익숙한 나라로 치환해보면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의 인식 속에서 아프리카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한 문장 안에 쓰여 있는 걸 보니 낯설었다. 사실, 아프리카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우리와 역사를 함께한 대륙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 속에서는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자본주의, 정치라는 단어와 병렬된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보니 새로운 발견을 한 기분이었다.

 

 특히, 자본주의 관점에서 아프리카를 다루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는 특집으로 생태정치 확장과 체제전환을 다루었는데, 그 특집들은 모두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했다. 그것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인류의 전례 없는 번영을 가져다준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문제점과 한계가 어느 정도 구체화된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분야를 막론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 것이리라.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의 특집을 접한 다음 꾸준히 ‘그린뉴딜’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최근 그린뉴딜 경향은 자본주의 체제가 지닌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과연 촌평의 책 『세계체제와 아프리카』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또, 자본주의 세계체제 속에서 아프리카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