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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묘비/문장수집

[아몬드]-손원평 교보문고 문장수집 3주차 그러니까 내가 이해하는 한 사랑이라는 건, 어떤 극한의 개념이었다. 규정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간신히 단어 안에 가둬 놓은 것 손원평, 《아몬드》, 창비, p.176 종종 사랑이 뭔지 고민해보곤 했어요. 말로 정의해보려고 애를 썼죠. 그런데 「아몬드」의 화자 윤재의 말을 들어보면, '참 부질 없는 짓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은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꺼내 놓으면 세상 곳곳을 날아다니며 얼굴을 비출 거에요. 우리가 언어라는 감옥 속에 사랑을 가둬 놓았기 때문에 사랑이 더 널리 퍼지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연인, 가족, 이웃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언어라는 좁은 공간에 갇힌 사랑의 몸부림인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사랑을 풀어주도록 해요. "연애나 사랑이라는 쉽고 흔한 말 안에 규정되는 사랑을 거부"하기..
[데미안]-헤르만 헤세 교보문고 문장수집 2주차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사람이 더 싫어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헤르만 헤세, 《데미안》, 문학동네, p.57 종종 "자기 자신은 자기 자신이 잘 안다."라고 말할 때가 있죠.분명 그런 경우도 있을 거에요.하지만 내면의 밑바닥에 잠들어 있는 자기 자신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우리에게는 합리화라는 쉽고 간편한 고민 해결제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말과 행동의 근거를 생각의 표면에서 찾는 경우가 빈번해요. 그 근거는 대부분 자기가 상처 받지 않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쓰여요.그렇게 합리화 해서 왜곡된 자신을 거둬 내고 발가벗은 '나'와 마주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적나라한 나와 마주한다는 건 쉽지 않을 거에요. 불쾌하고 불편하겠죠. 참 싫은 일이지만, 진짜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쿤데라 교보문고 문장수집 1주차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밀란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p.187 당신에게 있어서 '진리 속에 살기'란 무엇인가요? 쿤데라의 진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쿤데라는 우리에게 가벼움이란 진리를 제안했던 걸까요? 저는 프란츠의 진리를 따르고 싶어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사이에 있는 장벽을 제거 하는" 삶을 말이에요. 사회의 한조각으로 살아가는 제가 그러한 장벽을 허물고 살기란 쉽지 않겠지만요.